평화이야기

HWPL, 9·18 평화 만국회의 제9주년 기념식...7일간 인터뷰 500건-20개 언어 실시간 통역

사랑이있는 나무 2023. 9. 22. 19:10

HWPL, 9·18 평화 만국회의 제9주년 기념식...7일간 인터뷰 500건-20개 언어 실시간 통역

 



9월18일 오후 1시 21분, HWPL의 9·18 평화 만국회의 제9주년 기념식 메인 세션인 ‘2023 HWPL 지구촌 평화 지도자 콘퍼런스’ 시작 전 안내사항을 알리는 사회자의 첫 마디가 흘러나왔다. 같은 시각, 콘퍼런스가 열리는 그랜드 하얏트 인천 웨스트타워 지하 1층 그랜드볼룸 옆에 늘어선 작고 어두운 통역 부스 안은 조용하게 분주해졌다.

 

한국어와 영어가 번갈아 나오며 콘퍼런스가 진행되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인사가 호명되는 순간, 부스 안에 앉은 HWPL 통번역부 봉사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연사가 발제하기 직전에 부스에 있던 통역 봉사자가 인터프리터 유닛 1번 버튼을 끄고 급하게 부스를 나감과 동시에, 우크라이나어 통역 봉사자가 그 자리로 들어와 6번 버튼을 켜고 통역할 준비를 마친다.

 

침 삼키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고요함도 잠시. 인사가 발제를 시작하자 우크라이나를 한국어로 통역하고, 그 즉시 통역된 한국어를 다시 자국의 언어로 번역하는 ‘릴레이 통역’이 시작됐다.

 

하지만 발제하는 인사가 이 ‘순차 통역’ 과정을 기다려줄 리 만무. 최대한 빠르게, 그러나 정확하게 통역을 해내야 하는 봉사자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숨은 영웅 ‘언성 히어로’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30개 넘는 세션에 들어가는 해외 인사 800여 명이 모두 통역을 필요로 해요. 인사 초청 서신부터 후속 다큐멘터리까지 모든 자료는 20개 넘는 언어로 번역해야 하죠. 민간단체는 물론이고 웬만한 국가적 포럼에서도 이렇게 대규모로 운영하진 않아요. 하지만 우리 HWPL 통번역부 봉사자들은 이 모든 과정을 원활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HWPL 통번역부 봉사자는 놀랍기만 한 사실을 담담하게 웃으며 전했다. 이 같은 업무를 위해 18개국에서 200여 명의 인원이 봉사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무의 범위를 묻자 이 봉사자는 “행사의 공문 명칭이 나오면 해당 명칭을 약 30개 언어로 번역하는 일부터 시작된다”며 “국제적 단위의 콘퍼런스이니만큼, 공식적이면서 행사 전체의 격식에 맞는 표현을 쓰려고 번역팀 봉사자 모두가 여러번 의논한다”고 답했다.

 

행사장에 가면 으레 받는 식순지와 안내서. 거기 적힌 행사명 한 줄에는 앞서 생각하지 못했던 노력이 담겨 있었다.

 

이번 행사 주최 측인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만 해도 한글로는 10자에 불과하지만, 영어(Heavenly Culture, World Peace, Restoration of Light)로 번역하면 무려 42자가 된다. 일부 국가들의 경우에는 영어보다 글자 수가 더 많다.

 

통번역부 번역팀 봉사자는 “이번 행사에는 세션이 30여 개나 진행되고 세션마다 제목과 부제가 있다”며 “이 모든 내용에 대해 모든 해외 인사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로 번역하고, 영문을 가지고 또 25개 언어로 번역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런 방식으로 초청장, 고위급 인사에게 따로 나가는 초청 서신, 사회자 대본, 모든 세션의 발제자 스크립트, 협약서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번역한다”고 덧붙였다.

사전에 정해진 업무만 하는 것도 아니다. 19일, 한 세션이 끝나자마자 아프리카 국영방송에서 근무하는 한 언론인사가 “콘퍼런스 때 나온 영상 중 평화교육 프로세스 부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해당 파트의 프랑스어 자막을 요청했다.

 

글로벌 평화교육 콘퍼런스 세션 프랑스어 번역을 맡은 봉사자는 “이런 요청이 생길 때마다 봉사자들은 인사가 원하는 내용을 원하는 언어로 최대한 빠르게 번역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봉사자로는 부족해 세계 각국에서 지원 사격을 하는 봉사자까지 합하면 100개국 200명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주목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행사 현장에 직접 올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도 봉사를 이어가는 사람들. 이들에게 이번 봉사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우크라이나어 발제 통역을 맡았던 봉사자는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한 뒤 말을 이었다.

 

“우크라이나가 처한 상황을 잘 아실 겁니다. 저 외에도 통번역부에 분쟁 지역 출신 봉사자들이 많이 있는데요. 아마 지금 행사장에서, 혹은 고국에서 일하는 모든 봉사자들이 같은 마음일 거예요. 우리가 소통의 다리가 돼서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면, 전쟁이라는 거대한 장벽도 분명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일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breaknews.com/988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