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곳간] “꽃놀이 떠나보세”… 선조들의 ‘최애’ 봄꽃 명소
봄꽃이 화려하게 물드는 4월이 찾아왔다. 봄꽃은 하나둘씩 꽃망울을 피우더니 어느새 만개해 도심 곳곳을 수놓았다. 주말이면 꽃놀이 명소에는 연인이나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벚꽃놀이’ 등 소셜 미디어(SNS)에는 연일 ‘인증샷’이 올라온다. 이처럼 바쁜 현대인들에게 봄꽃은 여유와 행복을 선사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우리 선조들은 봄꽃 명소를 찾아 봄날을 즐겼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이 지나간 후 고개를 쏙 내미는 봄꽃을 보기 위해 선조들은 한양 곳곳의 명소를 찾아 나섰다. 그렇다면 문헌에 기록된 당대의 봄꽃 명소는 어디일까.
◆한양 상춘 절경지 4곳
조선 후기 한양에서 행해지던 세시풍속 등을 담은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의 ‘경도잡지’에 보면, 봄날 한양의 상춘 절경지로 4곳이 소개됐다. 인왕산 필운대 살구꽃, 성북동 북둔전의 복사꽃, 흥인문 밖 수양버들, 탕춘대의 수석 등이다. 당시 한양 사람들은 음력 3월 3일인 삼짇날 이곳 명소를 찾아 하루를 즐겼다.
이 가운데 인왕산 자락의 필운대는 살구꽃이 아주 아름다워 최고 인기 명소로 꼽혔다. 봄철이 되면 풍류를 즐기는 양반들뿐 아니라 시인 묵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필운대 살구꽃은 오늘날 벚꽃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했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진한 분홍색의 살구꽃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뤘다고 한다. 유득공은 시를 통해 “새해 들어 시 짓는 일을 필운대에서 시작하니 이곳의 번화함이 장안에서 으뜸”이라며 필운대 주변이 살구꽃 천지였음을 전했다.
한양의 역사지리서인 ‘한경지략’에 보면 “필운대 주변에 꽃나무를 많이 심어 서울 사람들이 봄날 꽃을 구경할 때 여기를 최고로 꼽았다”고 기록돼 있다.
게다가 조선시대에는 한양 도성 내 집의 절반 정도가 대부분 살구나무가 있어 봄이 찾아오면 도성은 분홍빛 옷을 입었다고 한다.
여인들은 봄철 산이나 들로 나가 봄꽃인 진달래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화전(花煎)놀이’를 즐겼다. 녹두 가루에 진달래꽃을 섞어 만든 수면(水麵)도 대표적인 세시 음식이었다.
조선 후기 문인 권상신이 지은 ‘남고춘약(南皐春約)’은 꽃놀이 갈 때 지켜야 할 규칙을 담았다. 밥을 먹기 전에 꽃구경을 어디서 할지 먼저 정하고,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분다며 날씨 핑계로 오지 않는 친구에게는 벌주를 먹인다는 내용이었다. 꽃을 꺾는 것도 금기시했다. 즉 ‘봄의 약속(春約)’을 담았다.
◆그윽한 봄꽃 화폭 담겨
조선시대 화가들은 봄꽃을 테마로 여러 작품을 그렸다. 조선 중기 대표 화가인 겸재 정선은 ‘필운대상춘(弼雲臺賞春)’을 통해 인왕산 자락 필운대에서 본 복사꽃 그윽한 한양의 모습을 담아냈다.
18세기 화가 혜원 신윤복의 ‘연소답청(年少踏靑)’에는 진달래꽃 피는 봄철을 맞이해 양반집 자제들이 간화답청(看花踏靑, 꽃을 보고 푸르름을 밟음)의 야유를 즐기려고 떠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양반집 자제들이 타려고 가져온 듯 보이는 말 위에는 기생들이 올라타 있다. 암벽에는 진달래인 듯 보이는 분홍빛 꽃이 펴있고, 양 귓가를 감싸는 기생의 트레머리에는 분홍빛 꽃가지가 곱게 꽂혀 있어 봄날의 야유 모습을 느껴볼 수 있다.
또 신윤복의 ‘상춘야흥(賞春野興)’은 무르익은 봄날의 들판에서 연주회를 즐기는 한량의 모습이 담겨 있다. 주변에는 붉은빛의 꽃이 활짝 펴있어 계절감을 주고 있다.
20세기에 지어진 화전가에는 화전놀이 자체를 소재로 한 일반적인 내용과 달리 봄경치를 예찬하며 이를 즐기라고 권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봄꽃을 즐길 뿐만 아니라, 봄과 소통하며 시와 그림을 그렸다.
출처]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3014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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