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의 눈] ‘표절 논문’ 학위 논란 멕시코 대법관… 공직의 핵심가치 ‘정직’은 어디에
[천지의 눈] ‘표절 논문’ 학위 논란 멕시코 대법관… 공직의 핵심가치 ‘정직’은 어디에
오랜 기간 통상 관계를 강화해 온 멕시코와 한국 두 나라는 양국 관계에서 특별히 친선외교의 중요성이 꾸준히 강조돼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과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이를 위해 기술과 제약 사업, 문화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과 관심을 공유할 예정이다.
그런데 두 나라가 이미 공유하기 시작한 유사점 중 하나는 양국 정부에서 일하는 일부 공직자들의 공공윤리 수준이다. 한국에서도 일부 공직자의 학위 논문, 교수 연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지만 멕시코 정치엘리트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월 21일 멕시코의 한 언론은 멕시코 검찰이 야스민 에스퀴벨(Yasmín Esquivel) 현 멕시코 대법관을 지난 1987년 발표한 법학 학위 논문을 표절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대법관이 최고의 공공기관인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UNAM)에서 발표한 논문은 1년 전인 1986년 다른 학생인 에드가 율리시스 바에즈(Edgar Ulises Báez)가 발표한 논문의 텍스트와 거의 동일했다. 하지만 당시 멕시코 법무장관은 그에 대한 기소 사실을 부인했다.
그런데 대법원과 멕시코의 가장 중요한 공립교육기관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뉴스와 비판론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여파가 확산됐다.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UNAM) 엔리퀘 그라웨 위처스(Enrique Graue Wiechers) 총장은 같은해 12월 31일자 성명에서 “심사위원들 심사 결과 (에스퀴벨의) 논문이 표절 대상 논문과 무려 90% 이상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표절 사실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대학 총장은 이 성명서에서 “기관(UNAM)은 대법관 논문의 표절 혐의를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런데 더욱 경악할 뉴스가 터져 나오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스페인 언론 ‘엘파이스(El País)’는 지난 24일 “에스퀴벨 대법관이 456페이지 중 209페이지를 표절한 학위논문으로 아나우악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는 그간 학계의 도덕성 결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됐다.
결국 멕시코인들은 어두운 학문적 과거와 도덕적 자질이 거의 없는 판사가 정의(justice)를 부여하는 현실에 좌절해야 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두 번째 표절 혐의는 멕시코 사법제도에서 판사의 역할과 안드레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대통령과의 친분 등으로 나라 전체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공공 윤리는 확증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요구하며 무엇보다 명확해야 한다. 윤리와 도덕이 표절로 선을 넘으면, 국가의 본질을 구성하는 더 섬세한 다른 영역의 문제들에서 과연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안타깝게도 에스퀴벨 대법관의 경우는 멕시코에서 발생한 여러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일부 공무원의 공직자 윤리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수준임을 보여준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도 이런 표절 관련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나라나 앞으로 표절 문제가 정상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멕시코의 경우 대법관의 존엄성은 이미 국가와 학계 모두에서 상실한 상황이다. 멕시코 정부는 교육기관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한 현명한 방법을 찾고 있다. 방법의 핵심은 모든 정부 공직자의 본질적 특성인 ‘정직(honesty)’의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5355